|
|
|
BBS--한국만화,우뢰매이야기등 아무이야기나~~ 
|
오는 7월 24일은 ‘태권V’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 1976년 김청기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태권V’는 서울 관객 27만명을 동원했고, 일본에서 온 ‘마징가Z’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태권V’의 서른 살 생일잔치는 작년 가을부터 이미 시작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2년간 10억원을 들여 복원한 필름이 지난해 10월 9일과 11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것이다. 이 필름은 지난 5월 25일과 28일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도 공개됐고, 오는 7월 24일 진짜 생일에 맞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다시 상영되면서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또 지난 5월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는 ‘태권V 특별전’이 열렸고, 2006년 대한민국과학축전에서는 태권V와 빼닮은 로봇이 등장해 작품에서처럼 태권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서른 살 생일잔치를 하기 위한 산고(産苦)는 만만치 않았다. ‘로보트 태권V’ 원판은 1978년 미국에 판권과 함께 수출됐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 없다. 복원, 상영된 필름은 2003년 4월 25일 영진위 필름보관실에서 발견된 듀프네가(원판에서 극장용 복사판을 만들기 전 단계의 필름)를 작업한 것이다.
발견 당시 필름은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72명의 인원이 달려들어 26개월 동안 작업해서 국내 최초로 영화 전편에 대한 디지털 영상복원이 완료됐다. 총 14만4000프레임(frameㆍ영화 1초는 24프레임으로 이뤄진다)에 해당하는 방대한 필름을 복원하는 대역사를 이룬 것이다. 복원에는 대당 3억원에 육박하는 컴퓨터가 사용됐고, 사운드는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재녹음을 했다.
복원을 맡았던 영진위 최남식 팀장은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프레임 하나하나를 불러와 결함을 찾아 없앴다. 하루에 5~6개의 프레임밖에 처리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김청기 감독과 복원팀은 2005년 12월 대한민국 국회 대중문화&미디어 대상 만화ㆍ애니메이션 부문상을 수상했다.
한편 영화사 신씨네에서는 김청기 감독과 함께 3D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제작발표회는 생일에 맞춰 7월 말 연다. 이야기 구조는 ‘로보트 태권V’ 1편을 근간으로 하되, 태권V를 3D 기술로 더욱 볼륨감 있고 세련되게 살려내서 2008년 겨울방학쯤 개봉할 계획이다. 참고로 1편의 내용은 태권 소년 훈이가 조종하는 로보트 태권V가 악당 카프박사와 대결해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영화사 신씨네의 장순성 기획실장은 “1970년대부터 한국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온 태권V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태권V는 복원 전에도 온라인상에서 생명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트는 V-Club (http://www.taekwonv. org)이다. 이곳에서는 태권V의 향수에 빠져있는 회원 2500여명이 모여 태권V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으며, 태권V 복원과 재탄생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태권V 모형, DVD 등을 사고 파는 장터 메뉴까지 만들었고 오프라인 모임도 갖고 있다. V-Club 회장 김지환(34)씨는 “태권V는 한국인에게 단순한 애니메이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 태권V’ 탄생을 계기로 클럽의 활동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제작된 태권V는 몇 편이나 될까? 김청기 감독이 제작한 것은 총 7편이다. 1976년 ‘로보트 태권V’ 1편의 탄생 이후 2편 ‘우주작전’(1976년), 3편 ‘수중특공대’(1977년),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1978년), ‘수퍼태권V’(1982년), ‘84태권V’(1984년), ‘로보트 태권V90’(1990년) 등이 제작됐다. 1979년 상영된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에도 거북선과 함께 태권V가 등장했지만, 이는 김청기 감독의 허락 없이 도용된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 역시 ‘태권V’ 탄생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Z’를 본뜬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당시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은 낙후되어 있었고 ‘마징가Z’가 워낙 완성도 높은 인간형 로봇이라서 일부 참고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태권V의 투구는 이순신 장군의 것에서 따왔으며, 한국 고유의 무예인 태권도를 할 수 있게 만든 것도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태권V의 태권도 동작은 김청기 감독과 당시의 젊은 태권도 연마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에는 실제 대련 장면을 카메라로 찍은 뒤 그대로 그림으로 옮기는 ‘로토스코핑 기법’이 사용됐다. 또 김 감독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음악도 한국에서 만들었으며 작품 내용 역시 ‘마징가Z’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Z’의 원작자는 나가이 고다. 그는 1972년 인간이 탑승하여 직접 조종하는 방식의 로봇인 ‘마징가 Z’를 탄생시켰고, 이어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 등도 제작했다. ‘마징가Z’는 1975년 한국에 수입됐는데, 국산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여겨지며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마징가Z’의 주인공 쇠돌이와 ‘태권V’의 주인공 훈이 목소리는 모두 탤런트 김영옥(69)씨가 맡았다.
그렇다면 ‘태권V’는 실제 로봇으로도 제작될 수 있을까? 지난 5월 5일 KBS 1TV ‘과학의 향기’에서는 태권V 탄생 30주년을 맞이해 ‘과연 현재의 과학기술로 태권V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을 시도했다. 비록 현재의 기술로는 태권V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지만 작품 속의 56m 크기가 아닌 10m의 크기로 제작한다면 비슷하게 태권V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로켓 주먹이나 태권V 기지 등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카이스트의 오준호 교수는 “현재 기술로 56m 크기의 로보트 태권V의 구조물은 비현실적이다. 거대한 로봇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고 가속도를 내서 몸체를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산업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김영석 교수는 “로봇의 크기를 10m 정도로 줄이면 무게 175톤, 동력은 1300마력 정도 된다”면서 “복합 재료 기술과 동력 장치 기술을 결합시키면 현재 기술로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각종 로봇 경진대회에서도 태권V의 재현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 역시 56m에 이르는 크기는 아니지만 작은 태권V가 여럿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열린 ‘로보원’(휴먼노이드 로봇 경진대회)에서는 한국 출전자가 만든 로보트 태권V가 일본의 마징가Z를 결승에서 꺾고 우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로보원은 휴머노이드 로봇(인간 형태를 한 로봇) 매니아 중심의 대회이다.
이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 받고 있는 태권V는 오는 7월 24일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를 외치며 다시 한 번 힘차게 날아오를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