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추억의 명작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가 오는 20일 오후 2시 용산 CGV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김청기 감독의 1976년작 '로보트 태권브이1'은 잘 알려진대로 국내 로봇물의 대표작. 비록 외형과 조종법 등에서 일본 '마징가 Z'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지만, 개봉 당시 전국의 초등학생들을 흥분케 했던 명작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추억의 명작이 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해 30년만에 복원된 것. 영진위는 지난 7일 '로보트 태권브이1'에 대한 복원작업을 완료, 국내 최초로 영화 전편에 대한 디지털 영상복원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8월부터 시작된 이 복원사업은 2년간 연인원 72명, 예산 10억원이 투입됐다. 영진위에 따르면 '로보트 태권브이' 원본 필름은 극장상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됐으나, 총 1만8852프레임의 그림에 대해 스크래치를 제거하고 색을 보정하는 작업을 통해, 일반 관객도 볼 수 있게 됐다. 10월9일과 11일 부산영화제 기간 중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상영된다.
우선 이같은 '로보트 태권브이'의 복원 및 상영 소식은 올드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뚜렷한 볼거리가 없던 1970년대, 여름 겨울 방학기간 중 전국 동시 개봉되는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필참'의 행사였다. '전자인간 337'이 그랬고, '마루치 아라치'가 그랬다.
특히나 '로보트 태권브이'의 가사는 지금의 30~40대라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추억의 진품명품이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두팔을 곧게 앞으로 뻗어 적진을 향해 하늘 날으면/ 멋지다 신난다 태권브이 만만세, 무적의 우리 친구 태권브이'
복원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설렘은 우선 옛 애니메이션 기법을 30년만에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에는 '첨단'이었으되 지금은 '구릴' 수도 있는 그 기법을 디지털 복원기술을 통해 재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애니 '마징가 Z'와는 달리, 태권도 동작을 응용한 태권브이의 옆차기, 돌려차기, 공중 2단 옆차기의 황홀한 미장센이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태권브이의 액션 장면과 하얀 태권도복을 입은 조종사 훈이의 액션 장면이 오버랩되는 장면도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 중 하나.
또한 성우들의 목소리도 어떻게 들릴지 관심을 모은다. 영진위에 따르면 이번 복원작은 기존의 모노사운드를 노이즈 제거 등을 통해 복원한 버전과, 5.1채널 돌비레코딩으로 재녹음한 버전 등 2가지로 선보일 계획. 모노든, 서라운드든간에 어린 주인공들의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인 성우들의 그 '어색한 불일치'가 또한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 우려 또한 숨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30, 40대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겠지만 '추억은 그냥 추억으로 묻어두는 게 나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히 추억의 명작에 대한 디지털 복원은 누가 뭐래도 100%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개인 감상자들의 입장에서는 '추억의 손상'이라는 이유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는 '5학년5반 삼총사' '꺼벙이' '철인 캉타우' '삼국지' '일지매' 등 추억의 옛 만화를 복간판을 통해 오랜만에 접한 반응이 '역시'와 '실망'으로 엇갈리는 지점과 정확히 연결된다.
또한 30년 전 작품에 대한 기대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30~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또는 '볼거리'가 전무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획력과 발상, 시나리오로 중무장한, 그래서 '70년대 꼬맹이들'의 정서를 건드릴만한 신작 애니메이션의 발굴 대신, 옛 작품의 영화에만 기대려는 것은 아닌지.
이는 과거의 각종 국내 베스트셀러 만화들이 '완전판'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10~20년만에 쏟아지는 것이 서글퍼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다행히 '궁'과 '식객'이 버티고는 있지만, '강철의 연금술사' '원피스' 등의 일본 시리즈만화의 신선한 생명력은 놀랍고 무서울 정도다.
20일 시사회를 통해 30년만에 부활하는 '로보트 태권브이1'이 '한번 명품은 영원한 명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동시에, 새 국산 브랜드 명품 애니메이션 창작에 대한 뜨거운 열기로 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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